하석미와 떠나는 무장애 여행지 “완도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영화 속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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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2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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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을 닮은 완도의 바다와 길”. ©하석미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 완도의 시작
【에이블뉴스 하석미 칼럼니스트】완도라는 이름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푸른 바다와 그 위에 흩뿌려진 수많은 섬이다. 바다 위에 점점이 놓인 섬들은 마치 별자리를 그리듯 빛나며, 그 자체로 완도의 풍경을 설명해준다. 그 넓은 바다를 한눈에 담고 싶어 나는 완도타워에 올랐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깊고, 섬과 섬이 이어지며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발길은 이어 청해포구로 향했다.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그곳은 바닷바람이 세월의 흔적을 안고 불어오는 장소였다. 선착장에 서니 바다와 삶이 맞닿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완도타워와 청해포구. 서로 다른 풍경이지만 두 곳 모두 나에게 완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나는 무장애 여행자로서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시선을 마주하게 되었다.
언덕 위의 타워와 모노레일의 만남
“휠체어와 함께 타는 전망대 모노레일”. ©하석미
완도타워는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다. 처음 길을 올려다봤을 때, 솔직히 마음이 철렁했다. 하지만 다행히 노란빛 모노레일이 손짓하듯 서 있었다.
요금은 성인·청소년 왕복 8천 원, 초등학생은 6천 원. 아쉽게도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한 할인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 모노레일 덕분에 누구나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천천히 오르며 창밖을 바라보니, 항구는 점점 작아지고 바다와 섬들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오르는 길 자체가 전망대였고, 바람은 얼굴을 스치며 여정을 축복하는 듯했다.
정상에서 만난 열린 공간
“푸른 숲의 데크길 따라 오르는 완도타워”. ©하석미
정상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열린관광지 인증 표지판’이었다. 그 옆으로 광장이 펼쳐져 있었는데, 초록빛 정원과 동물 모양으로 다듬어진 토피어리들이 여행객을 반기고 있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사진을 찍고, 사람들은 그늘 아래 앉아 시원한 바람을 즐겼다.
목재 데크길은 넓고 튼튼하게 이어져 있어 휠체어로 이동하기에도 불편이 없었다. 바퀴 아래로 전해지는 나무의 질감, 머리 위로 드리운 나무들의 초록빛 터널, 그리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함께 어우러졌다. 눈앞에는 파란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었고, 보석처럼 흩뿌려진 다도해가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타워 속 또 다른 바다, 체험관
"완도타워 미디어아트 전시관". ©하석미
완도타워는 단순히 전망만 즐기는 곳이 아니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해양 디지털 체험관이 나타났다.
“전망대에서 맛본 완도의 특별한 전복빵”. ©하석미
대형 스크린 속에서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이 헤엄쳤고, 발밑에는 물결이 흘러가는 듯한 영상이 펼쳐졌다.
순간, 나는 바다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휠체어를 탄 채로도 즐길 수 있었기에, 누구나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전망대로 타고 올라가 카페에서 맛본 비파 사이다와 빵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사이다는 청량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있었고, 전복이 통째로 들어간 빵은 의외의 조화를 이뤘다.
처음엔 ‘빵 속 전복이라니?’ 했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맛과 바다의 풍미가 어우러져 완도의 향기를 오롯이 전해주었다.
높이의 벽 너머, 진짜 바라봄을 꿈꾸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청해포구와 다리”.©하석미
전복빵을 맛보며 잠시 쉬었다가 한 바퀴를 돌며 창밖 풍경을 즐기던 중 낮은 망원경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전국의 수많은 전망대를 다녀보았지만 휠체어에 앉아 볼 수 있는 망원경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기에 반가움이 앞섰다.
서둘러 다가가 눈을 맞췄지만, 이번에는 망원경이 너무 낮아 오히려 시선이 닿지 않았다. 순간의 설렘은 금세 아쉬움으로 바뀌었고, 눈앞의 바다는 여전히 멀리에서만 반짝이고 있었다.
“바다와 섬을 향한 시선, 망원경 앞에서 작아지는 나”. ©하석미
그 순간 마음속에 질문이 일었다. 망원경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은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여행은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높이 또한 특정 사람만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장애 여행의 핵심은 바로 ‘누구나, 같은 자리에서 함께 본다’는 경험에 있다.
아이에서 어른까지, 키 작은 이에서 큰 이까지, 휠체어를 타는 이에서 그렇지 않은 이까지. 서로 다른 조건 속에서도 같은 풍경을 나눌 수 있다면, 여행의 기쁨은 훨씬 더 넓고 깊어질 것이다. 작은 배려 하나가 차이를 넘어 모두의 여행을 완성시킨다. 전망대의 망원경 앞에서 느낀 그 아쉬움은 동시에 나에게 새로운 확신을 남겼다. 무장애 여행은 단순히 이동의 자유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평등이기도 하다.
영화 속 마을, 청해포구 촬영장으로
"청해포구 촬영장 전경". ©하석미
완도의 또 다른 명소는 청해포구 촬영장이었다. 초가와 기와, 흙담과 돌길이 옛 마을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 곳으로, 지금까지 50편이 넘는 사극과 드라마, 예능이 촬영됐다. 마을 안으로 발을 들이니, 정말로 조선 시대로 들어선 듯했다.
하지만 입구부터 고민이 생겼다. 경사가 너무 가팔라 휠체어를 사용하는 나도, 81세 어머니도 “오늘은 포기해야겠다” 싶었다.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건 관람용 카트였다. 1시간에 4만 원. 기사님이 직접 운전하며 촬영장 곳곳을 안내해 주는 서비스였다. 우리는 휠체어를 맡기고 카트에 올랐다. 포기하려던 순간이 새로운 즐거움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카트가 안내한 명장면의 세계
카트는 빠르지 않았다. 덕분에 풍경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었다. 기사님은 포인트마다 멈춰 서며 이렇게 설명해 주셨다.
“여기는 영화〈명량〉의 해전 장면을 찍은 곳입니다.”
“저기는 드라마〈해신〉을 촬영했죠.”
순간, 눈앞의 장소와 머릿속 장면이 겹쳐졌다. 절로 “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단순히 보는 게 아니라 작품 속으로 들어간 듯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청해포구 전통마을 풍경".©하석미
바닷가 정자에서의 한숨 돌림
카트는 바닷가까지 이어졌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바위 위로 부서지는 파도가 환영하듯 맞아주었다. 그곳에는 정자도 있었다. 기사님은 우리를 위해 카트를 멈추고 사진을 찍어 주셨다. 나는 내리기 어려워 카트에 앉은 채로 찍었지만, 그 모습마저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어머니는 힘겹게 걷지 않아도 되었기에 무척 만족해하셨다. 우리의 여행은 한층 더 따뜻해졌다.
무장애 여행, 걱정을 덜어내다
완도타워는 엘리베이터, 데크길, 장애인 화장실 등 기본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전망대·체험관 이동 자체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모노레일 탑승장 쪽 주차 환경은 아쉬움이 남는다. 탑승장에 주차장이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장애인 전용 주차면도 없어 내리기·탑승 보조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다소 버거울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장애인 차량이 타워 앞마당까지 진입할 수 있으니, 모노레일 대신 타워 앞까지 바로 올라가 내리고 주차를 간소화하는 동선을 추천한다.
청해포구 촬영장은 지형 특성상 오르내림이 많아 휠체어 사용자와 교통약자에게 불편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장 카트 투어(1시간 기준 유료)를 이용하면 길의 제약을 덜고 해설과 포토 포인트 안내까지 받아 새로운 방식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직접 주행을 원한다면 전동휠체어 사용자는 ‘출구 쪽으로 입장해 출구 방향으로 관람을 마치는 동선’이 상대적으로 완만해 권할 만하다. 무엇보다 경사가 심한 구간은 반드시 동행자의 도움을 받거나, 완만하고 안전한 우회로만 선택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자~
정리하면, 두 곳 모두 핵심 시설과 화장실 접근은 걱정이 적고, 주차·경사 등 현장의 변수는 동선 선택으로 상쇄할 수 있다. 출발 전에는 카트 운영 시간과 탑승 위치, 타워 앞 진입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해 두면 한층 더 안정적인 무장애 여행이 된다.
함께했기에 더 빛났던 여행
이번 여행은 단순히 경치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완도타워에서는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장관을, 청해포구 촬영장에서는 영화 속 한 장면을 체험하듯 즐겼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휠체어를 사용하는 나도, 연세 많은 어머니도 끝까지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포기하지 않고 누린 이 시간은, 어떤 풍경보다 오래 기억될 것이다.
무장애 여행은 단순히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의 경험과 나누는 순간들까지도 포함한다. 완도에서의 여정은 불편을 넘어선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무장애 여행을 위한 접근성 정보
휠체어·유모차 대여: 타워 내부
장애인 화장실: 완도타워 내부·모노레일 탑승장, 청해포구 촬영장 주차장에 설치 (손잡이·기저귀 교환대 구비)
엘리베이터: 완도타워 전망대 연결 (휠체어 접근 가능)
산책로: 완도타워 목재 데크길은 전 구간 휠체어 통행 가능. 청해포구 촬영장은 경사 심하므로 카트 이용 권장
휴식 공간: 완도타워 광장, 전망대 카페, 촬영장 내 포토존·정자 등
완도여행 관람 정보
여행지: 전라남도 완도타워 / 청해포구 촬영장
주소: 전남 완도군 장보고대로330 (완도타워)/ 청해진서로 1161-8(청해포구)
운영시간: 완도타워 09:00~21:00 / 청해포구 09:00~18:00 (계절별 변동 가능)
입장료: 완도타워 무료, 모노레일 왕복 성인·청소년 8,000원 / 어린이 6,000원 (장애인·노약자 할인 없음) / 청해포구 장애인 4,000
카트 투어: 청해포구 촬영장 내 운영, 약 1시간 40,000원 (해설 포함, 사진촬영도 해줌)
문의: 완도타워 061-550-7642 / 청해포구 촬영장 061-555-4500
이동: 대중교통 접근 어려움 → 자가용 또는 기아 초록여행 차량 지원 추천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